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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쌓인 리뷰가 서른 개가 됐습니다. 얼마 전에 글마다 스팀 공식 사양을 하나씩 다 찾아 넣었는데, 서른 개를 나란히 놓고 보니 예상 못 한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장면들이 하나같이 가벼운 게임에서 나왔더군요. 사양표를 정리하려고 시작한 일인데 엉뚱한 걸 알게 됐습니다.
램 4GB면 되는 게임들
먼저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서른 개 중에서 요구 사양이 가장 낮은 쪽입니다. 전부 스팀 상점에 적힌 최소 사양 기준이고, 2026년 8월에 확인했습니다.
Sol Cesto — CPU 1GHz, 램 1GB, 저장 공간 300MB 수준
Sol Cesto, 운 게임인데 왜 납득이 안 될까 (구매 전 정리)
스팀에서 아트가 예뻐서 눈에 들어온 게임이 있습니다. Sol Cesto라는 로그라이트 던전 크롤러인데, 반응을 찾아보니 평이 꽤 갈립니다. 아트에 끌려서 샀다가 실망했다는 얘기가 특히 많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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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듀밸리 — CPU 2GHz, 램 2GB, 비디오 메모리 256MB, 저장 공간 500MB
스타듀밸리는 힐링을 가장한 노가다 게임입니다 (그래서 재밌습니다)
스타듀밸리를 소개할 때 다들 힐링 게임이라고 합니다. 도시 생활에 지쳐 시골로 내려가 농사짓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좀 다릅니다. 저는 이 게임을 힐링을 가장한 노가다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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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크래프터 — Core 2 Duo 2.4GHz, 램 4GB, 저장 공간 4GB
플래닛 크래프터, 행성 살렸더니 내 기지가 물에 잠겼습니다
플래닛 크래프터를 재밌게 했고,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다시 켭니다. 죽어 있는 행성을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드는 게임인데, 하다 보면 웃긴 일이 생깁니다. 열심히 행성을 살렸더니 물이 차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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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노티카 — 4세대 인텔 2코어, 램 4GB, 인텔 HD 4600 내장그래픽
서브노티카, 무서웠던 바다가 익숙해지는 과정이 곧 성장입니다
서브노티카를 40시간 넘게 했는데 아직 스토리 절반밖에 못 갔습니다. 진도가 안 나가는 게 아니라, 가는 길마다 다른 데를 보고 싶어져서요. 구석구석 다 보려면 80시간에서 100시간은 걸릴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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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헬 — 3.2GHz 듀얼코어, 램 4GB, GTX 660
그린 헬, 죽는 방식이 이렇게 다양한 게임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린 헬을 하면서 정말 많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했던 건 죽는 이유가 매번 달랐다는 겁니다. 적대 부족에게 죽고, 뱀에 물려 죽고, 거미를 밟아서 죽고, 상처를 제때 치료 안 해서 죽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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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우나이트 실크송 — i3-3240, 램 4GB, GTX 560 Ti
실크송, 보스보다 함정이 더 화나는 게임 (입문자는 각오하세요)
할로우나이트 실크송을 하면서 계속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화나는 지점이 제가 예상한 곳이 아니었어요. 보스가 어려운 건 각오했는데, 정작 저를 제일 지치게 한 건 보스가 아니라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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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페드 — i3 샌디브릿지, 램 4GB, GTX 660
바이페드 조작은 쉬운데 왜 둘 다 화가 났을까
바이페드를 아내와 끝까지 깼습니다. 두 발로 뒤뚱거리는 로봇 둘이 협력해서 퍼즐을 푸는 게임인데, 다 깨고 나서 돌아보니 둘 다 중간에 화가 나 있었더군요. 조작이 어려운 게임도 아니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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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듀밸리의 저장 공간 500MB는 요즘 사진 몇 장 크기입니다. Sol Cesto는 램 1GB를 부르고요. 이 정도면 사무용으로 쓰는 오래된 노트북에서도 돌아갑니다.
서브노티카가 특히 놀랍습니다
이 목록에서 저를 제일 놀라게 한 건 서브노티카였습니다. 최소 사양 그래픽이 인텔 HD 4600 내장그래픽입니다. 별도 그래픽카드 없이 CPU에 붙어 있는 그것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블로그에 쓴 글 중에 "무서웠던 바다가 익숙해지는 과정이 곧 성장"이라고 쓴 게 이 게임입니다. 40시간을 하고도 스토리 절반밖에 못 갔고요. 내장그래픽으로 돌아가는 게임이 그런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셸다이버도 비슷합니다. 최소 사양 그래픽카드가 지포스 8800 GT인데, 2007년에 나온 카드입니다. 20년 가까이 된 그래픽카드 기준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5시간을 꽉 채워 즐겁게 해줬습니다.
반대로 사양을 많이 타는 게임들
물론 반대쪽도 있습니다. 이쪽은 사기 전에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붉은사막 — 램 16GB, SSD가 권장이 아니라 필수, 저장 공간 150GB
붉은사막, 첫 비행에서 소름 돋고 커스텀에 인생 갈아넣었습니다
붉은사막을 156시간 했습니다. 엔딩 보고 나서도 구석구석 탐험하느라 시간이 그렇게 갔습니다. 국내 기대작으로 오래 이름이 오르내린 게임인데, 실제로 해보니 그 기대가 이해되는 부분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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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월드 — 최소 램 16GB에 권장 램 32GB. 거점에 펠을 많이 굴릴수록 무거워집니다
팰월드를 300시간 한 이유, 그리고 아내와 전혀 다르게 논 이야기
팰월드를 얼리 액세스 때부터 해서 300시간 넘게 했습니다. 최근 1.0 정식 출시까지 이어서 하고 있고요. 이 게임을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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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마타 — 램 16GB, GTX 1660, 그리고 윈도우 11 필수. 윈도우 10이면 사양이 충분해도 설치가 안 됩니다
프래그마타 데모 후기, 다이에나는 진짜였습니다 (구매는 조금 다른 얘기)
출시 전에 프래그마타 데모를 해봤습니다. 캡콤이 RE엔진으로 만든 SF 해킹 슈터인데, 달기지를 배경으로 주인공 휴와 안드로이드 소녀 다이에나가 함께 움직이는 게임입니다. 데모를 켜기 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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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 117: 팍스 로마나 — 최소 사양부터 램 16GB
아노 117 팍스 로마나, 잘 만들었는데 공략 없이는 못 하는 게임
아노 117: 팍스 로마나를 직접 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 만든 게임인 건 확실합니다. 다만 저는 아노 1800이 더 재밌었고, 그 이유가 꽤 분명했습니다. 이 글은 전작을 해보신 분, 그리고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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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붉은사막의 150GB와 프래그마타의 윈도우 11 조건은 사양표를 끝까지 읽지 않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픽카드만 보고 샀다가 설치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사양은 이렇게 확인하시면 됩니다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아래로 내리면 시스템 요구 사항이 나옵니다. 여기서 세 가지만 보세요.
- 램 용량. 요즘 게임은 최소 8GB, 무거운 건 16GB를 부릅니다. 이건 나중에 늘리기 제일 쉬운 부품이기도 합니다
- 추가 사항 줄. 여기에 SSD 필수나 특정 윈도우 버전 같은 조건이 숨어 있습니다. 붉은사막과 프래그마타가 그런 경우입니다
- 저장 공간. 150GB짜리 게임이 드물지 않습니다. 설치할 자리가 있는지 먼저 보세요
정리하면
서른 개를 정리하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겁니다. PC 사양이 낮다고 할 게임이 없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블로그에서 제가 제일 인상 깊게 쓴 글 몇 개가 램 4GB짜리 게임이었습니다.
사양이 재미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무거운 게임이 오래 붙잡게 만드는 건 맞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드는 건 그것과 별개였습니다.
PC가 오래돼서 게임을 포기하고 계셨다면, 위 목록부터 보세요.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습니다.
[출처]
모든 사양은 각 게임의 스팀 상점 페이지에 표기된 최소 사양입니다 (2026년 8월 확인)
본문의 감상은 모두 직접 플레이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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