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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크래프터를 재밌게 했고,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다시 켭니다. 죽어 있는 행성을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드는 게임인데, 하다 보면 웃긴 일이 생깁니다. 열심히 행성을 살렸더니 물이 차올라서 제 기지가 잠기더라고요. 그 얘기부터 자동화까지, 해보면서 느낀 걸 정리했습니다.
처음엔 숨 쉬는 것부터 걱정합니다
시작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입니다. 대기가 없어서 산소통을 메고 다녀야 하고, 산소가 떨어지면 죽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계속 산소 게이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어디까지 갔다가 돌아올 수 있는지 계산하면서 움직여야 해요. 조금만 욕심내면 돌아오는 길에 숨이 막힙니다. 저는 초반에 이것 때문에 여러 번 곤란했습니다.
여기서 하는 일이 재료 모으기입니다. 지표면에 널린 광물을 줍고, 동굴을 뒤지고, 부서진 우주선 잔해를 뒤집니다. 특히 잔해 뒤지는 게 재밌었습니다. 뭐가 나올지 모르거든요. 좋은 게 나오면 그날 진도가 확 나갑니다.
모은 재료로 기계를 세우면 행성이 변합니다. 히터로 온도를 올리고, 산소 발생기를 놓고, 압력 장치를 세웁니다. 수치가 쌓이면 어느 순간 눈에 보이는 변화가 옵니다. 하늘에 구름이 생기고, 비가 내리고, 풀이 자랍니다. 나중엔 산소통 없이 밖을 걸어 다닐 수 있게 돼요. 초반에 조심조심 다니던 그 땅을 헬멧 벗고 걷는 순간이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물이 차오릅니다
여기서 제가 겪은 일이 있습니다.
온도를 올리면 얼음이 녹습니다. 그러면 물이 생기죠. 처음엔 웅덩이 정도인데, 테라포밍이 진행될수록 수위가 계속 올라갑니다. 그리고 저지대에 있던 제 기지가 잠겼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요.
당연한 결과인데 하면서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행성을 살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그 결과가 지형을 바꾼다는 걸 놓친 거죠. 내가 만든 변화에 내가 당한 셈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 하실 분께 드리는 조언은 이겁니다. 기지는 높은 곳에 지으세요. 지금 마른 땅이라고 계속 마른 땅이 아닙니다. 초반에 편해 보이는 평지가 나중엔 호수 바닥이 됩니다.
물론 이것도 이 게임의 재미이긴 합니다. 내가 한 일이 지형까지 바꾼다는 게 실감 나거든요. 다만 애써 지은 기지가 잠기면 좀 허탈합니다.
반복이 지겨워질 때쯤 자동화가 열립니다
이 게임에서 제가 제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재밌는 것도 같은 걸 반복하면 지겨워집니다. 처음엔 "와 희귀 광물!", "와 물고기 알!" 하면서 신나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당연해집니다. 오히려 재료가 부족해서 또 캐러 나가야 하는 게 피곤해지죠. 생존 게임에서 흔한 흐름입니다.
이 게임은 그 시점에 자동화를 열어줍니다. 자동 채굴기를 놓으면 알아서 자원을 캐고, 드론이 그걸 옮겨줍니다. 손으로 하던 걸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 시간이 남습니다. 그 시간에 초반엔 못 하던 걸 하게 됩니다. 탐험을 나가거나, 잔해에 남은 기록을 읽으며 이 행성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라가거나요. 저는 자동화를 깔고 나서야 이 게임에 스토리가 있다는 걸 제대로 알았습니다.
설계 순서가 좋습니다. 처음부터 자동화를 주면 손으로 캐는 재미를 못 느끼고, 끝까지 안 주면 지쳐서 접습니다. 딱 지겨워질 무렵에 열어주니까 흐름이 끊기지 않아요.
그래서 가끔 다시 켜게 됩니다
제가 이 게임을 지금도 가끔 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진행이 눈에 보이니까 잠깐 해도 남는 게 있습니다.
많은 생존 게임은 한 시간 해도 재료만 모으다 끝납니다. 이 게임은 짧게 해도 수치가 올라가고, 그게 쌓이면 풍경이 바뀝니다. 그러니 "잠깐 해볼까" 하고 켜기가 부담 없어요.
스트레스가 적은 것도 이유입니다. 쫓아오는 적도 없고 기지를 부수는 존재도 없습니다. 산소만 관리하면 됩니다.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켜기 좋습니다.
정리하면
추천: 내가 만든 변화가 눈에 보이는 걸 좋아하시는 분. 적 없이 차분하게 하는 생존 게임을 찾으시는 분. 자동화로 편해지는 과정을 즐기시는 분.
비추천: 전투나 긴장감을 원하시는 분. 초반의 반복 수집을 못 견디시는 분. 명확한 목표 제시를 원하시는 분.
정리하면 이 게임의 매력은 결과가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구름이 생기고 물이 고이고 풀이 자라는 걸 직접 보게 되니까요. 다만 그 물이 어디까지 차오를지는 미리 생각해 두세요. 저처럼 기지 잠기고 나서 후회하지 마시고요.
[출처]
이미지 출처: 플래닛 크래프터 스팀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