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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페드를 아내와 끝까지 깼습니다. 두 발로 뒤뚱거리는 로봇 둘이 협력해서 퍼즐을 푸는 게임인데, 다 깨고 나서 돌아보니 둘 다 중간에 화가 나 있었더군요. 조작이 어려운 게임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봤고, 그게 이 게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먼저 오해를 풀자면, 이 게임은 조작이 복잡하지 않습니다.

 

로봇 다리를 하나씩 움직여 걷는 방식이라 처음엔 어색합니다. 뒤뚱뒤뚱 걷는 게 우스꽝스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몇 분만 하면 적응됩니다. 복잡한 커맨드도 없고 반사신경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퍼즐 난이도도 극악하지 않습니다. 발판을 밟아야 하거나, 둘이 각자 다른 위치에서 뭔가를 눌러야 하거나, 함께 물건을 옮기는 식입니다. 보면 뭘 해야 하는지는 대체로 알 수 있어요.

 

그래픽도 아기자기하고 분위기가 밝습니다. 화면만 보면 화날 일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둘 다 화가 났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뭘 해야 하는지 아는 것과 둘이 그걸 맞추는 건 다른 일이더군요.

 

이 게임의 퍼즐은 대부분 타이밍을 요구합니다. 동시에 밟아야 하거나, 한 명이 버티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움직여야 하거나요. 그런데 서로 다른 화면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옆에 앉아 있는데도 이게 잘 안 맞습니다. "지금!" 했는데 한 박자 늦고, "기다려" 했는데 이미 움직이고 있고요.

 

그러면 같은 구간을 몇 번씩 반복하게 됩니다. 조작이 쉬우니까 더 답답해요. 어려워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둘이 안 맞아서 못 하는 거라, 원인이 서로에게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서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아내가 실수할 때 놀렸거든요. 뒤뚱거리다 떨어지는 게 웃겨서요. 그런데 그게 몇 번 반복되니까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아내는 이미 자기가 못 하는 게 답답한 상태였고, 거기에 놀림까지 더해지니까요.

 

그리고 저도 화가 나 있었습니다. 진도가 안 나가니까요. 다만 아내가 먼저 화나 있어서 눈치 보며 참았습니다. 협동 게임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짜증 났을 때 한 명은 참아야 한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버그도 한몫했습니다

 

여기에 버그가 겹치면 상황이 나빠집니다.

 

다리가 지형에 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움직이려는데 안 움직이거나, 이상한 곳에 걸려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식이요. 이 게임이 다리를 하나씩 조작하는 구조라 그런지 이런 일이 종종 생겼습니다.

 

혼자 하는 게임이면 그냥 재시작하면 됩니다. 그런데 협동 게임에서는 이게 다릅니다. 한 명이 버그로 멈춰 있으면 다른 한 명이 기다려야 하고, 그 상황에서 "왜 안 와" 같은 말이 나오기 쉽습니다. 버그인지 실수인지 바로 구분이 안 되니까요.

 

저희도 몇 번 그랬습니다. 나중에는 안 움직이면 일단 버그인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누구와 하면 좋을까

 

여기가 이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괜찮은 조합: 오래 만난 사이. 서로 못하는 걸 이미 아는 관계요. 저희도 결국 다 깼고,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합니다. 화났던 것도 지나고 나니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됐어요.

 

위험한 조합: 게임 잘 못하는 친구, 여자친구, 특히 썸 타는 사이. 아직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단계라면 하지 마세요. 이 게임은 몇 시간 동안 답답한 상황을 반복시키는데, 그때 나오는 말투와 표정이 그 사람의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놀리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면 더 위험하고요. 제가 그랬습니다.

 

한 가지 조언을 드리면, 못하는 쪽을 놀리지 마세요. 저는 재밌으라고 한 건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짧게 웃자고 한 말이 몇 시간의 분위기를 바꿉니다.

 

정리하면

 

추천: 오래 만난 연인이나 부부. 서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 짧고 아기자기한 협동 게임을 찾으시는 분.

 

비추천: 썸 타는 사이나 만난 지 얼마 안 된 커플. 실력 차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관계. 버그에 관대하지 못하신 분.

 

정리하면 게임 자체는 좋습니다. 조작이 쉬워서 게임 안 해본 사람도 할 수 있고,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게임은 퍼즐보다 관계를 시험합니다. 조작이 단순한데도 화가 났다는 게 그 증거예요. 같이 할 사람을 잘 고르시고, 상대가 실수해도 웃지 마세요.


 

 

 

[출처]
이미지 출처: 바이페드 공식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