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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에 프래그마타 데모를 해봤습니다. 캡콤이 RE엔진으로 만든 SF 해킹 슈터인데, 달기지를 배경으로 주인공 휴와 안드로이드 소녀 다이에나가 함께 움직이는 게임입니다. 데모를 켜기 전엔 캐릭터 마케팅이 좀 과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해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래는 데모 기준 후기와, 정가 구매를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한 정리입니다.

 

다이에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귀엽습니다

 

이 게임 홍보를 보면 다이에나 얘기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게 오히려 의심스러웠어요. 캐릭터 하나로 밀어붙이는 게임은 보통 처음만 좋고 금방 질리거든요.

 

데모를 해보니 아니었습니다. 첫 등장부터 귀엽고, 데모가 끝날 때까지 계속 귀엽습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의 마스코트형 캐릭터는 정해진 몇 가지 반응을 반복하다가 금세 바닥을 보이는데, 다이에나는 상황마다 반응이 달라서 계속 새롭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은신처에서 물건을 복제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알리라는 데이터를 써서 현실의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장난감이나 공예품 같은 사소한 걸 놓아주면 다이에나가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크레파스를 줬더니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달려오는데, 이 장면에서 저는 그냥 무장해제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컷신이 아니라 상호작용이라는 점입니다. 텍스트로 "다이에나는 호기심이 많다"고 설명하는 것과, 내가 준 물건에 반응하는 걸 직접 보는 건 완전히 다릅니다. 캐릭터에 정을 붙이게 만드는 방식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데모만으로도 예상되는 아쉬움이 있긴 했습니다. 미쳐버린 AI, 인간성을 배우는 로봇 소녀, 세상을 구하는 남자 — 이 조합은 SF에서 수없이 본 공식입니다. 실제로 본편을 한 분들 사이에서도 스토리가 뻔하다는 평이 나옵니다. 다만 저는 이 게임이 스토리로 승부하는 게임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관계를 쌓는 게임이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임은 아닙니다.

 

전투가 퍼즐인 게 생각보다 신박했습니다

 

두 번째로 놀란 게 전투입니다. 처음 공개됐을 때 FPS에 퍼즐을 섞는다길래 걱정했습니다. 둘 다 어중간해지기 딱 좋은 조합이거든요.

 

실제 방식은 이렇습니다. 무기로 적을 조준하면 화면에 한붓그리기 형태의 해킹 퍼즐이 뜨고, 그걸 푸는 동안 적의 방어가 벗겨집니다. 그 상태에서 약점을 쏘는 겁니다. 조준하고, 풀고, 쏘고, 피하는 게 하나의 리듬으로 돌아갑니다.

 

해보기 전엔 퍼즐 때문에 전투가 끊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대였습니다. 퍼즐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흐름이 안 끊기고, 오히려 조준하는 동안 손이 계속 바쁘니까 긴장감이 생깁니다. 총만 쏘는 슈터와는 확실히 다른 감각이었습니다.

 

탄약과 해킹 노드가 소모품이라는 것도 좋았습니다. 자원이 떨어지면 전투 중에 보급품을 찾아 움직여야 해서 한자리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다이에나가 자원을 써서 자동 해킹을 도와주기도 하는데, 이 덕분에 막히는 구간에서 답답해지지 않습니다.

 

데모 분량에서는 적 종류가 몇 안 됐는데, 본편을 한 분들은 중반 이후 비슷한 적이 반복돼서 전투가 좀 늘어진다고 합니다. 데모에서 느낀 신선함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제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7만원을 낼 만한가

 

여기가 이 게임의 진짜 논쟁 지점입니다. 정가 69,800원인데 메인 스토리가 약 10시간 수준입니다.

 

엔딩 후에 추가 모드와 새 코스튬, 1회차에서 못 쓰던 무기와 해킹 노드가 열리긴 합니다. 다 소화하면 10시간 정도가 더 붙는다고 하니 총 20시간 안팎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도 요즘 풀프라이스 게임 기준으로는 짧은 편입니다.

 

저는 이 논쟁에 정답이 없다고 봅니다. 억지로 늘린 100시간보다 밀도 있는 10시간이 낫다는 사람도 있고, 시간당 가격을 따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다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게임에 한해서는 이렇게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이에나에게 정이 붙는지가 전부입니다. 붙으면 10시간이 아깝지 않고, 안 붙으면 전투가 아무리 신박해도 7만원은 비쌉니다. 그리고 이건 트레일러나 리뷰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데모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의심하다가 넘어갈 수도 있고,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데모 30분이면 답이 나옵니다.

정리하면

추천: 캐릭터에 정 붙는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 총만 쏘는 슈터가 지겨우신 분. 짧고 밀도 있는 게임을 선호하시는 분.

 

비추천: 플레이타임 대비 가격을 중요하게 보시는 분. 뻔한 SF 스토리를 못 견디시는 분. 적 종류가 적은 걸 예민하게 받아들이시는 분.

 

데모까지가 제 경험이라 본편 후반부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다만 데모에서 느낀 두 가지, 다이에나가 계속 귀엽다는 것과 퍼즐 전투가 신박하다는 것만큼은 확실했습니다. 정가가 부담스러우시면 세일을 기다리셔도 되지만, 데모는 지금 해보셔도 손해 볼 게 없습니다.


 

 

 

[출처] 캡콤의 비겁하고 치사한 게임 [프래그마타 리뷰] / 영내기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4gBbS0BHXjA

이미지 출처: 프래그마타 공식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