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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월드를 얼리 액세스 때부터 해서 300시간 넘게 했습니다. 최근 1.0 정식 출시까지 이어서 하고 있고요. 이 게임을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이 게임은 유저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아내는 도감을 채우고 저는 건물만 지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아내와 같이 하면서 나왔습니다.
같은 게임을 같은 시간에 켜놓고 하는데, 하는 게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내는 하루 종일 맵을 돌아다니며 펠을 잡았습니다. 도감 채우는 게 목표였거든요. 새로운 지역이 열리면 제일 먼저 뛰어나가서 뭐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저는 거점에만 있었습니다. 건물 짓고, 배치 바꾸고, 생산 라인 정리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필요한 자원만 캐서 바로 돌아왔어요.
재밌는 건 둘 다 불만이 없었다는 겁니다. 아내는 제가 지어놓은 거점에 돌아와서 잡아온 펠을 배치했고, 저는 아내가 잡아온 펠 덕분에 생산 효율을 올렸습니다. 서로 하고 싶은 걸 했는데 결과적으로 협력이 됐습니다.
보통 이런 게임은 한쪽으로 쏠립니다. 전투가 중심이면 건설은 구색이고, 건설이 중심이면 전투는 형식적이죠. 팰월드는 어느 쪽을 파도 게임이 성립합니다. 포획만 해도 되고, 건설만 해도 되고, 전투만 해도 됩니다.
이게 이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펠이 귀엽습니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중요한 요소예요. 300시간을 버티게 하는 건 시스템만이 아닙니다. 거점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는 펠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1.0에서 가장 크게 바뀐 건 방향성입니다
얼리 액세스 시절 이 게임의 가장 큰 약점이 뭐였냐면, 뭘 해야 할지 몰랐다는 것입니다.
맵 어디든 갈 수 있었습니다. 레벨이 부족해도 진입 자체는 막히지 않았어요. 자유롭긴 한데, 지금 뭘 목표로 해야 하는지가 없었습니다. 타워 보스도 잡으면 레시피 몇 개 열리는 정도라 딜 측정기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그래서 건설로 도망갔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할 게 그것뿐이라서요.
1.0은 이걸 정면으로 손봤습니다. 새로 추가된 지역들이 선행 보스를 잡아야 열립니다. 공중에 떠 있는 지역은 탈것으로 억지로 올라가는 것도 안 되고, 엔드 게임 지역도 해금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타워 보스가 "다음으로 가려면 넘어야 하는 관문"이 됐습니다. 목표가 생긴 겁니다.
보스전 자체도 나아졌습니다. 패턴과 기믹이 명확해졌고, 수상 전투를 전제로 설계된 보스도 있습니다. 얼리 시절엔 수상 탈것을 쓸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 쓰게 됩니다.
육성 템포도 빨라졌습니다. 도감 보너스나 농축에 필요한 펠 수가 줄어서 반복 작업 부담이 확 내려갔습니다. 아내가 특히 좋아한 변화입니다. 예전엔 같은 펠을 잡고 또 잡아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배합식도 바뀌어서 좋은 펠을 얻으려면 후반 지역 펠들을 조합해야 합니다. 예전엔 초반 펠 몇 마리 조합으로 상위 펠을 뽑을 수 있어서 게임이 금방 헐거워졌는데, 이제는 새 지역에 가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지역에서 김이 좀 빠집니다
칭찬만 했으니 아쉬운 얘기도 하겠습니다. 300시간 한 사람 입장에서 이건 꽤 크게 느껴집니다.
엔드 게임 지역에 들어가면 그전까지 모은 게 거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 지역에서 나오는 유물을 돌리면 필요한 아이템이 쏟아지거든요. 그동안 광석 캐고 자원 모으고 생산 라인 짜놓은 게 한순간에 무색해집니다.
저처럼 건설과 생산 관리가 재미인 사람에게는 이게 특히 아픕니다. 제가 만든 시스템이 필요 없어진다는 뜻이니까요. 게임을 오래 할수록 더 크게 느껴지는 종류의 아쉬움입니다.
각성 시스템도 애매합니다. 같은 속성 펠을 잡아 재료를 모으고 결정을 만들어 쓰면 공격력과 방어력이 조금 오르는 구조인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효과가 심심합니다.
각성한 펠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건 예쁘지만, 그것 때문에 그 반복 작업을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여전합니다. 스터터링이 아직 남아 있고, 얼리 때부터 있던 버그 중에 안 고쳐진 것도 있습니다. 2년이나 지났는데 이 부분이 그대로인 건 아쉽습니다.
다만 편의성은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엔딩 이후에 열리는 시설들이 그동안 귀찮았던 걸 대부분 해결해 줍니다. 필요한 자원을 골라서 뽑을 수 있고, 교배도 몇 초 만에 끝납니다. 게임이 "다 깼으니 이제 귀찮은 건 넘기고 하고 싶은 거 해라"라고 말하는 느낌인데, 이 태도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될까
추천: 혼자 놀 방식을 정하고 싶은 분. 포획이든 건설이든 전투든 한 가지를 깊게 파는 걸 좋아하는 분. 취향이 다른 사람과 같이 할 게임을 찾는 분.
비추천: 스터터링이나 버그에 예민한 분. 정돈된 완성도를 중요하게 보는 분.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걸 선호하는 분.
정리하면, 팰월드는 잘 만든 게임이 아니라 재밌게 만든 게임입니다. 완성도로 따지면 지적할 게 많습니다. 그런데 유저가 뭘 좋아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어요. 300시간을 하고도 아직 접지 않은 이유가 그겁니다.
얼리 액세스 때 하다 접으셨다면 1.0은 돌아올 만합니다. 방향성 문제가 해결됐고 반복 작업도 줄었습니다. 처음이시라면 취향이 다른 사람과 같이 해보시길 권합니다. 저희처럼 각자 다른 걸 하다가 거점에서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출처] 2년 만에 드디어 정식출시한 게임, 팰월드 1.0 [100시간 리뷰]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EIOGLaqp7-c
이미지 출처: 팰월드 공식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