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서브노티카를 40시간 넘게 했는데 아직 스토리 절반밖에 못 갔습니다. 진도가 안 나가는 게 아니라, 가는 길마다 다른 데를 보고 싶어져서요. 구석구석 다 보려면 80시간에서 100시간은 걸릴 것 같습니다. 다른 생존 게임도 여럿 해봤지만 이만큼 "더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흔치 않았습니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이 게임을 시작하면 얕은 바다에서 시작합니다. 밝고 알록달록한 산호초 구역이라 편안해요. 그런데 조금만 나가면 바닥이 안 보이는 데가 나옵니다.
저는 처음에 그 아래로 못 내려갔습니다. 어두운 것도 그렇고,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요. 산소는 한정돼 있는데 시야는 안 나오고, 저 아래에서 뭔가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게임이 위협적인 걸 보여주지도 않는데 알아서 무서워집니다.
그런데 지금은 안 무섭습니다. 장비가 좋아진 것도 있지만, 그보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 구역엔 뭐가 살고, 저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거고, 여기서 저기까지 산소가 얼마나 드는지 감이 잡히니까요.
이게 이 게임의 성장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생존 게임처럼 수치가 올라가서 강해지는 게 아니라, 모르던 곳이 아는 곳이 되면서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무기가 거의 없는 게임인데도 진행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바다라는 공간이 웅장합니다
이 게임의 배경이 되는 행성은 거의 전부가 바다입니다. 그리고 그 바다가 깊이에 따라 완전히 다릅니다.
얕은 곳은 밝고 화사합니다. 산호가 색색이고 작은 물고기들이 돌아다녀요. 조금 내려가면 해초 숲이 나오고, 더 가면 붉은 풀이 자라는 지대가 나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안 보이는 심해 해구로 들어갑니다.
이 변화가 그냥 배경이 바뀌는 수준이 아닙니다. 조명이 달라지고, 소리가 달라지고, 사는 생물이 달라집니다. 얕은 곳에서 편하게 헤엄치다가 어두운 데로 들어가면 몸이 긴장하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다음 구역이 계속 궁금해집니다. 저 아래엔 뭐가 있을까, 저 빛은 뭘까 하면서 자꾸 더 내려가게 됩니다. 제가 40시간 하고도 절반밖에 못 간 이유가 이겁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다가도 옆길로 새게 되거든요.
바다라는 공간 자체를 이렇게 잘 쓴 게임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물속은 이동 구간이거나 답답한 곳인데, 여기서는 물속이 세계 전부입니다.
기지를 안 고치면 물이 찹니다
건설도 이 게임의 큰 축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게임에 없는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수압입니다.
바다 밑에 기지를 지으면 그게 끝이 아닙니다. 깊이 지을수록 수압이 강해지고, 구조물이 그걸 못 버티면 손상됩니다. 손상된 걸 방치하면 균열이 생기고, 결국 물이 새어 들어옵니다. 그대로 두면 기지 안이 물로 가득 찹니다.
저도 한 번 그랬습니다. 다른 데 정신 팔려 있다가 돌아왔더니 기지가 물바다였어요. 수리 도구로 균열을 막고 물을 빼야 하는데, 그 사이에도 산소는 계속 줄어듭니다.
이게 좋은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생존 게임에서 기지는 안전지대입니다. 한 번 지으면 신경 안 써도 되는 곳이죠. 그런데 여기서는 기지도 관리 대상입니다. 깊이 갈수록 더 튼튼하게 지어야 하고, 지은 뒤에도 계속 살펴야 합니다.
덕분에 "어디에 얼마나 깊이 지을까"가 실제 고민이 됩니다. 깊이 지으면 탐험이 편해지는데 관리가 힘들고, 얕게 지으면 안전한데 매번 멀리 나가야 합니다.
정리하면
추천: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 전투보다 탐사와 발견에 끌리시는 분.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는 분.
비추천: 심해 공포증이 있으신 분. 명확한 목표 제시를 원하시는 분. 짧게 끝나는 게임을 찾으시는 분.
정리하면 40시간을 하고도 아직 절반입니다. 그런데 지루했던 적이 없어요. 무서웠던 곳이 익숙해지고, 그러면 또 그 너머가 궁금해지는 흐름이 계속 이어집니다. 바다를 소재로 이만큼 만들어낸 게임이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실 때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한 번 들어가면 오래 걸립니다.
[출처]
이미지 출처: 서브노티카 공식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