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막을 156시간 했습니다. 엔딩 보고 나서도 구석구석 탐험하느라 시간이 그렇게 갔습니다. 국내 기대작으로 오래 이름이 오르내린 게임인데, 실제로 해보니 그 기대가 이해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확실히 갈렸습니다. 156시간 동안 느낀 걸 정리해보겠습니다.첫 비행에서 소름 돋았습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제일 강렬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처음 하늘로 올라가서 땅을 내려다봤을 때입니다. 시야 거리가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순간 "이게 차세대 그래픽이구나" 싶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후로도 계속 그랬습니다. 눈에 보이는 곳은 대부분 실제로 갈 수 있는 공간이라,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이나 마을을 보면서 "저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가..
발더스 게이트 3을 스토리 위주로 플레이했습니다. 다들 명작이라고 하고 저도 잘 만든 게임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이 누구에게나 재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재밌게 했지만, 하는 내내 왜 이 게임이 안 맞을 수도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계속 느꼈습니다. 그 지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같은 상황을 여러 방법으로 풀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은 한 상황에 여러 해결책이 있다는 겁니다. 전투로 밀어붙일 수도 있고, 대화로 설득할 수도 있고, 몰래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이후 전개에 실제로 영향을 줍니다. 저는 스토리 위주로 진행했는데, 그래서 이 부분이 특히 크게 다가왔습니다. 전투를 최적화하려고 하기보다 이 상황에서 이 캐릭터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며 선택..
어쌔신 크리드를 이번에 처음 해봤습니다. 오리진으로 입문한 셈인데, 몇 주 만에 70시간을 찍었습니다. 스토리 위주로 따라갔는데도 그렇게 됐어요.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는 이 작품을 두고 말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처럼 처음 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땠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시리즈를 몰라서 오히려 편했습니다 이 게임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전환점으로 불립니다. 이전까지는 잠입 액션이었는데, 오리진부터 RPG 요소가 들어갔거든요. 레벨이 생기고, 장비에 등급이 붙고, 맵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팬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있다고 합니다. 어쌔신다움이 사라졌다는 얘기요. 그런데 저는 그 논쟁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비교할 이전 작품이 없으니까 그냥 하나의 게임으로 봤어요. 그리고 게임 자체로 보면 잘..
할로우나이트 실크송을 하면서 계속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화나는 지점이 제가 예상한 곳이 아니었어요. 보스가 어려운 건 각오했는데, 정작 저를 제일 지치게 한 건 보스가 아니라 가는 길에 깔린 함정들이었습니다. 이런 류 게임을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면 이 글을 먼저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도 처음엔 많이 힘들었거든요. 보스보다 함정이 더 어렵습니다 실크송 리뷰를 보면 대부분 보스 난이도 얘기를 합니다. 물론 어렵습니다. 그런데 보스는 그나마 납득이 됩니다. 패턴을 파악하면 뚫리고, 뚫었을 때 성취감도 있습니다. 죽어도 "내가 못 피했네" 싶습니다. 문제는 이동 구간입니다. 맵 곳곳에 함정이 깔려 있는데, 이게 몬스터랑 같은 수준으로 아픕니다. 주인공 호넷은 시작할 때 체력이 다섯 칸인데, 함정 한 번 밟..
저는 어릴 때 서유기를 재밌게 봤습니다. 손오공이 여의봉 휘두르고 근두운 타고 다니는 게 그렇게 멋있었어요. 그래서 검은 신화: 오공이 나왔을 때부터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아직 못 샀습니다. 출시가 2024년 8월이니 벌써 2년이 지났네요. 이참에 지금 사도 되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아직 안 해본 사람 입장에서 알아본 내용이라, 저처럼 미루고 계신 분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서유기를 알고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부터 얘기하고 싶습니다. 게임 시장에 서유기 기반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서유기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고, 등장인물도 화려하고, 싸움 장면도 많습니다. 게임으로 만들기에 이보다 좋은 원작이 드물어요. 그런데 ..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를 엑스박스 패드로 끝까지 했습니다. 명작이라는 말은 이미 다들 하고 계시니 저는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게임 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게 "내가 이걸 깰 수 있나"일 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리뷰들이 좀 두루뭉술하더군요.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액션을 잘한다고 되는 게임이 아닙니다. 액션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게임은 턴제인데 패링이 있습니다. 적이 공격할 때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막고 반격까지 들어갑니다. 반대로 놓치면 그대로 맞습니다. 턴제 RPG에 소울라이크 반응 요소를 붙인 셈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액션 게임 좀 해봤으면 되겠네" 싶으실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소울라이크는 적의 모션을 보고 반응하..
출시 전에 프래그마타 데모를 해봤습니다. 캡콤이 RE엔진으로 만든 SF 해킹 슈터인데, 달기지를 배경으로 주인공 휴와 안드로이드 소녀 다이에나가 함께 움직이는 게임입니다. 데모를 켜기 전엔 캐릭터 마케팅이 좀 과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해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래는 데모 기준 후기와, 정가 구매를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한 정리입니다. 다이에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귀엽습니다 이 게임 홍보를 보면 다이에나 얘기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게 오히려 의심스러웠어요. 캐릭터 하나로 밀어붙이는 게임은 보통 처음만 좋고 금방 질리거든요. 데모를 해보니 아니었습니다. 첫 등장부터 귀엽고, 데모가 끝날 때까지 계속 귀엽습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의 마스코트형 캐릭터는 정해진 몇 ..
게임프리크의 첫 대형 신규 IP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이 8월 4일 출시됐습니다. 저는 출시 전에 이 게임을 꽤 기대했습니다. 포켓몬만 만들던 개발사가 드디어 자기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과를 보고 나니 제가 전제부터 잘못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출시 전에는 이런 기대가 있었습니다 먼저 왜 이 게임이 화제였는지부터 짚겠습니다. 2023년 프로젝트 블룸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을 때, 실사풍 그래픽 이미지 아래에 게임프리크 로고가 붙어 있는 걸 보고 다들 놀랐습니다. 포켓몬만 만들어 온 회사가 이런 걸 만든다고? 의심이 팬덤 전반에 깔렸고, 중간에 엎어질 거라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2024년 내부 자료 유출 사건 이후 여론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게임프리크가 실력이 없..
잇 테이크 투를 아내와 둘이 끝까지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명작 맞습니다. 그런데 하는 내내 싸우다 웃다를 반복했어요. 그래서 이 글은 "감동적인 협동 게임"이라는 흔한 소개 대신, 누구와 하면 좋고 누구와 하면 위험한지를 중심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썸 타는 사이라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 게임은 협동을 강제합니다 먼저 왜 싸우게 되는지부터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 게임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잇 테이크 투는 이혼을 앞둔 부부 메이와 코디가 딸의 소원 때문에 인형으로 변해버리면서 시작됩니다. 둘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려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강제로 놓이는 거죠. 게임 시스템도 이 설정을 그대로 따릅니다. 두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능력이 항상 다릅니다. 한 명이..
드래곤소드 어웨이크닝, 33,000원에 이 정도면 사도 될까 서비스를 종료한 뽑기 모바일 게임이 뽑기를 걷어내고 패키지 게임으로 돌아왔습니다. 드래곤소드: 어웨이크닝 이야기입니다. 친구 계정으로 잠깐 만져본 인상과 장시간 플레이한 리뷰들을 함께 정리해, 구매를 고민 중인 분들이 궁금해할 지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칠 곳은 많지만 발전 가능성이 큰 게임입니다. 뽑기를 버리고 패키지로 돌아온 선택 먼저 이 게임의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드래곤소드: 어웨이크닝은 원래 캐릭터 뽑기 기반의 라이브 서비스 모바일 게임이었습니다. 퍼블리셔와의 분쟁으로 서비스가 종료된 뒤, 개발사는 뽑기 요소를 완전히 들어내고 싱글 위주의 패키지 게임으로 구조를 바꿔 스팀에 다시 내놓았습니다. 저는 이 결정이 이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