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배경 생존 게임을 처음 해봤습니다. 미디블 다이너스티라는 게임인데, 농사짓는 법부터 건물 짓는 법, 주민 모집하는 법까지 하나하나 검색해가며 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말을 얻고 나서는 게임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처럼 이 장르가 처음이신 분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처음이면 검색은 필수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게임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튜토리얼이 있긴 한데, 그걸 따라 해도 막히는 지점이 계속 나옵니다. 밭을 만들었는데 왜 작물이 안 자라는지, 건물을 지으려는데 왜 재료가 안 채워지는지, 주민을 데려왔는데 왜 일을 안 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저는 이런 걸 매번 검색해서 해결했습니다. 특히 헷갈렸던 게 농사였습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면 끝이 아니라, 비료를 ..
스타듀밸리를 소개할 때 다들 힐링 게임이라고 합니다. 도시 생활에 지쳐 시골로 내려가 농사짓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좀 다릅니다. 저는 이 게임을 힐링을 가장한 노가다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재밌습니다. 하루 일과가 이렇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하면서 반복한 하루를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일어나서 밭에 물을 줍니다. 작물이 늘어날수록 이 시간이 길어집니다. 물 주고 나면 강가로 가서 낚시를 합니다. 낚은 걸 팔고, 남은 시간에 광산 던전을 내려갑니다. 그러다 스태미나가 바닥나서 기절합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다시 밭에 물을 줍니다.이게 끝입니다. 며칠이고 이걸 반복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노동입니다. 물 주기는 자동화되기 전까지 매일 손으로 해야 하고, 스태미나..
할로우나이트 실크송을 하면서 계속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화나는 지점이 제가 예상한 곳이 아니었어요. 보스가 어려운 건 각오했는데, 정작 저를 제일 지치게 한 건 보스가 아니라 가는 길에 깔린 함정들이었습니다. 이런 류 게임을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면 이 글을 먼저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도 처음엔 많이 힘들었거든요. 보스보다 함정이 더 어렵습니다 실크송 리뷰를 보면 대부분 보스 난이도 얘기를 합니다. 물론 어렵습니다. 그런데 보스는 그나마 납득이 됩니다. 패턴을 파악하면 뚫리고, 뚫었을 때 성취감도 있습니다. 죽어도 "내가 못 피했네" 싶습니다. 문제는 이동 구간입니다. 맵 곳곳에 함정이 깔려 있는데, 이게 몬스터랑 같은 수준으로 아픕니다. 주인공 호넷은 시작할 때 체력이 다섯 칸인데, 함정 한 번 밟..
저는 어릴 때 서유기를 재밌게 봤습니다. 손오공이 여의봉 휘두르고 근두운 타고 다니는 게 그렇게 멋있었어요. 그래서 검은 신화: 오공이 나왔을 때부터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아직 못 샀습니다. 출시가 2024년 8월이니 벌써 2년이 지났네요. 이참에 지금 사도 되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아직 안 해본 사람 입장에서 알아본 내용이라, 저처럼 미루고 계신 분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서유기를 알고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부터 얘기하고 싶습니다. 게임 시장에 서유기 기반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서유기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고, 등장인물도 화려하고, 싸움 장면도 많습니다. 게임으로 만들기에 이보다 좋은 원작이 드물어요. 그런데 ..
팰월드를 얼리 액세스 때부터 해서 300시간 넘게 했습니다. 최근 1.0 정식 출시까지 이어서 하고 있고요. 이 게임을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이 게임은 유저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아내는 도감을 채우고 저는 건물만 지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아내와 같이 하면서 나왔습니다. 같은 게임을 같은 시간에 켜놓고 하는데, 하는 게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내는 하루 종일 맵을 돌아다니며 펠을 잡았습니다. 도감 채우는 게 목표였거든요. 새로운 지역이 열리면 제일 먼저 뛰어나가서 뭐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저는 거점에만 있었습니다. 건물 짓고, 배치 바꾸고, 생산 라인 정리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필요한 자원만 캐서 바로 돌아왔..
얼리 액세스로 나온 데드 애즈 디스코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배트맨 아캄 시리즈 같은 격투에 리듬 게임을 얹은 액션 게임인데, 저는 이 게임 소개를 보다가 한 가지에 꽂혔습니다. 내 PC에 있는 음악을 직접 넣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직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이 기능 하나가 왜 특별한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수록곡의 한계를 유저가 직접 넘는 구조 리듬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수록곡이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곡을 넣어도 개수는 한정적이고, 취향에 안 맞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래서 리듬 게임들은 DLC로 곡을 계속 파는 방식을 택해 왔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곡 하나 때문에 팩을 사야 하는 구조죠. 데드 애즈 디스코는 이걸 다르게 풀었습니다. 인피니티 ..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를 엑스박스 패드로 끝까지 했습니다. 명작이라는 말은 이미 다들 하고 계시니 저는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게임 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게 "내가 이걸 깰 수 있나"일 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리뷰들이 좀 두루뭉술하더군요.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액션을 잘한다고 되는 게임이 아닙니다. 액션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게임은 턴제인데 패링이 있습니다. 적이 공격할 때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막고 반격까지 들어갑니다. 반대로 놓치면 그대로 맞습니다. 턴제 RPG에 소울라이크 반응 요소를 붙인 셈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액션 게임 좀 해봤으면 되겠네" 싶으실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소울라이크는 적의 모션을 보고 반응하..
출시 전에 프래그마타 데모를 해봤습니다. 캡콤이 RE엔진으로 만든 SF 해킹 슈터인데, 달기지를 배경으로 주인공 휴와 안드로이드 소녀 다이에나가 함께 움직이는 게임입니다. 데모를 켜기 전엔 캐릭터 마케팅이 좀 과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해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래는 데모 기준 후기와, 정가 구매를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한 정리입니다. 다이에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귀엽습니다 이 게임 홍보를 보면 다이에나 얘기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게 오히려 의심스러웠어요. 캐릭터 하나로 밀어붙이는 게임은 보통 처음만 좋고 금방 질리거든요. 데모를 해보니 아니었습니다. 첫 등장부터 귀엽고, 데모가 끝날 때까지 계속 귀엽습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의 마스코트형 캐릭터는 정해진 몇 ..
게임프리크의 첫 대형 신규 IP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이 8월 4일 출시됐습니다. 저는 출시 전에 이 게임을 꽤 기대했습니다. 포켓몬만 만들던 개발사가 드디어 자기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과를 보고 나니 제가 전제부터 잘못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출시 전에는 이런 기대가 있었습니다 먼저 왜 이 게임이 화제였는지부터 짚겠습니다. 2023년 프로젝트 블룸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을 때, 실사풍 그래픽 이미지 아래에 게임프리크 로고가 붙어 있는 걸 보고 다들 놀랐습니다. 포켓몬만 만들어 온 회사가 이런 걸 만든다고? 의심이 팬덤 전반에 깔렸고, 중간에 엎어질 거라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2024년 내부 자료 유출 사건 이후 여론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게임프리크가 실력이 없..
잇 테이크 투를 아내와 둘이 끝까지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명작 맞습니다. 그런데 하는 내내 싸우다 웃다를 반복했어요. 그래서 이 글은 "감동적인 협동 게임"이라는 흔한 소개 대신, 누구와 하면 좋고 누구와 하면 위험한지를 중심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썸 타는 사이라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 게임은 협동을 강제합니다 먼저 왜 싸우게 되는지부터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 게임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잇 테이크 투는 이혼을 앞둔 부부 메이와 코디가 딸의 소원 때문에 인형으로 변해버리면서 시작됩니다. 둘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려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강제로 놓이는 거죠. 게임 시스템도 이 설정을 그대로 따릅니다. 두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능력이 항상 다릅니다. 한 명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