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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듀밸리를 소개할 때 다들 힐링 게임이라고 합니다. 도시 생활에 지쳐 시골로 내려가 농사짓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좀 다릅니다. 저는 이 게임을 힐링을 가장한 노가다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재밌습니다.
하루 일과가 이렇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하면서 반복한 하루를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일어나서 밭에 물을 줍니다. 작물이 늘어날수록 이 시간이 길어집니다. 물 주고 나면 강가로 가서 낚시를 합니다. 낚은 걸 팔고, 남은 시간에 광산 던전을 내려갑니다. 그러다 스태미나가 바닥나서 기절합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다시 밭에 물을 줍니다.
이게 끝입니다. 며칠이고 이걸 반복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노동입니다. 물 주기는 자동화되기 전까지 매일 손으로 해야 하고, 스태미나는 늘 부족하고, 하루는 짧습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려면 시간이 모자라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힐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만두질 못합니다. "오늘은 물만 주고 자야지" 하다가 광산 한 층만 더 내려가고, 그러다 마을 사람 생일이 생각나서 선물 주러 가고, 어느새 새벽입니다.
왜 지겹지 않을까
저는 이 게임의 반복이 지겹지 않은 이유가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까지 손으로 물 주던 밭에 스프링클러가 놓입니다. 그러면 그 시간만큼 다른 걸 할 수 있게 됩니다. 광산에서 좋은 광석을 캐면 도구가 업그레이드되고, 도구가 좋아지면 밭을 더 넓힐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과 친해지면 새로운 이야기가 열립니다.
즉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매번 조건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어제의 노가다가 오늘의 여유를 만들어 주는 구조예요. 그래서 반복이 지겨움이 아니라 성장으로 느껴집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큽니다. 봄에 심던 작물을 여름에는 못 심습니다. 계절마다 나오는 물고기도 다르고, 축제도 있습니다. 한 계절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계절을 준비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1년이 갑니다.
그리고 실패해도 크게 손해가 없습니다. 기절해도 다음 날이 오고, 작물을 놓쳐도 다음 계절이 옵니다. 이 관대함이 계속 붙잡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내와 폰 붙잡고 8시간을 했습니다
모바일 버전이 나왔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각자 폰을 들고 나란히 앉아서 게임을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8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서로 각자 농장을 굴리면서 계속 이야기를 했어요. 주민들 공략하는 얘기가 특히 재밌었습니다. 누가 누구한테 선물 줬다, 이 사람은 이걸 좋아하더라, 하면서요.
같이 하는 게임이 아닌데도 같이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화면은 각자 보고 있는데 대화는 계속 이어지니까요. 서로 자기 농장 자랑하고, 상대가 실수한 걸 놀리고, 좋은 아이템 얻으면 알려주고요.
이게 이 게임의 숨은 강점이라고 봅니다. 조작이 복잡하지 않아서 대화하면서 할 수 있고, 진행이 각자라서 실력 차가 문제가 안 됩니다. 협동 게임에서 흔한 "왜 그것도 못해" 같은 상황이 안 생겨요.
모바일 버전도 생각보다 잘 만들어졌습니다. 터치 조작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금방 적응됐고, 잠깐씩 켜서 하루치만 하고 끄기에도 좋습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추천: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을 좋아하시는 분. 목표를 스스로 정하는 게임을 선호하시는 분. 옆에 있는 사람과 각자 하면서 대화할 게임을 찾으시는 분.
비추천: 명확한 목표와 엔딩을 원하시는 분. 반복 작업 자체를 못 견디시는 분. 짧고 강렬한 자극을 원하시는 분.
정리하면 이 게임은 힐링 게임이라기보다 노가다를 기분 좋게 만든 게임입니다. 하는 일은 분명히 노동인데, 그 노동이 쌓여서 내 농장이 되는 과정이 만족스럽습니다. 시간 순삭 주의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니, 다음 날 일정이 있는 날에는 시작하지 마세요.
[출처] 이미지 출처: 스타듀밸리 공식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