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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에서 아트가 예뻐서 눈에 들어온 게임이 있습니다. Sol Cesto라는 로그라이트 던전 크롤러인데, 반응을 찾아보니 평이 꽤 갈립니다. 아트에 끌려서 샀다가 실망했다는 얘기가 특히 많이 보였습니다.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구조를 뜯어보면 구매 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리했습니다.
이 게임은 전술 게임이 아니라 슬롯머신에 가깝습니다
먼저 이 게임이 뭘 하는 게임인지부터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기면 실망은 예정된 수순입니다.
플레이는 4×4 그리드 위에서 이뤄집니다. 각 타일에 적, 함정, 골드, 체력 회복 아이템 같은 게 놓여 있고, 층을 내려가려면 일정 포인트를 채워야 출구가 열립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타일을 골라 움직이는 전술 게임처럼 보입니다.
핵심은 다음입니다. 플레이어는 행을 고를 뿐, 그 행의 어느 타일에 떨어질지는 게임이 정합니다. 이게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내가 뭘 밟을지 직접 정하는 게 아니라, 확률에 던지는 겁니다.
그래서 스크린샷만 보고 "슬레이 더 스파이어 같은 건가" 하고 접근하면 어긋납니다. 저 그리드는 전략을 짜는 판이 아니라 확률을 굴리는 판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사면 만족도가 확 달라질 겁니다.
물론 완전히 운에만 맡기는 건 아닙니다. 버프와 아이템, 업그레이드가 쌓이면 확률에 개입할 여지가 생깁니다. 특정 대상에 대한 이끌림 수치를 올려 원하는 타일에 떨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식이죠. 이 게임을 소개하는 리뷰들도 대체로 "처음엔 운 게임 같은데 하다 보면 확률을 조종하게 된다"는 쪽으로 이야기합니다.
확률 게임에서 진짜 중요한 건 실제 수치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실망하는 사람이 나올까요. 저는 이게 이 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봅니다.
확률을 전면에 내세운 게임은 많습니다. 그런데 잘 만든 운 게임들은 운에 졌을 때도 플레이어가 납득합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서 카드가 안 풀려 죽어도 대부분 "덱을 잘못 짰다"고 생각하지 게임을 탓하지 않습니다. 발라트로도 마찬가지고요.
차이가 어디서 오냐면, 내가 확률에 개입한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느냐입니다. 덱에서 카드 한 장을 빼면 뽑힐 확률이 어떻게 바뀌는지 계산이 됩니다. 그래서 실패해도 내 선택의 결과로 받아들여집니다.
Sol Cesto는 이 부분이 약해 보입니다. 이끌림 수치를 올려도 결과가 기대와 어긋나는 경우가 잦다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수치를 높였는데 계속 나쁜 타일에 떨어지면, 플레이어는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가 아니라 "이 게임 확률이 이상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제로 확률이 잘못됐느냐가 아닙니다.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도 플레이어가 그렇게 느끼면 그건 설계 문제입니다. 확률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제 수치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납득하는 체감이니까요. 이끌림 수치를 올렸을 때 뭐가 어떻게 좋아졌는지 보여주는 장치가 부족한 게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잘 만든 구석이 많습니다
깎아내리는 얘기만 했는데, 시스템 자체는 촘촘합니다.
캐릭터가 10종 있고, 단순히 스탯만 다른 게 아니라 확률에 개입하는 방식이 각각 다릅니다. 처음 쓰는 페전트는 능력이 거의 없어서 시스템을 배우는 용도에 가깝습니다.
나이트는 착지 위치를 더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불리한 판에서도 버티기 좋고, 워리어는 체력이 높고 위아래 타일로 직접 이동할 수 있어서 운에 덜 기댑니다. 위저드는 마커를 두 개 깔아두고 하나를 터뜨리면 둘 다 발동되는 방식이라 미리 설계하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어떤 캐릭터를 고르느냐에 따라 위험 아이템을 먹을지 말지의 판단 기준 자체가 바뀐다는 겁니다. 착지를 통제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리스크가 큰 아이템도 감당할 만하고, 체력이 두꺼운 캐릭터는 단점을 힘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빌드마다 다른 계산이 나오는 건 분명한 강점입니다.
개발 규모를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소규모 팀이 만든 게임인데 캐릭터 시스템, 장기 성장 시스템, 대장장이와 상점, NPC 이벤트 같은 게 서로 물려 있습니다. 얼리 액세스를 거쳐 정식 출시된 만큼 다듬은 흔적도 보입니다.
다만 성장 루프는 느리다는 평이 많습니다. 런마다 골드를 모아 장기 업그레이드를 쌓는 방식인데, 스탯을 직접 올려주는 게 아니라 아이템 종류를 늘리거나 확률을 조금씩 손보는 구조라 강해지는 체감이 약합니다. 앞에서 말한 확률 체감 문제와 겹치면서 "뭐가 나아졌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쌓이기 쉬워 보입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추천: 아트에 끌렸고 그것만으로도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운에 몸을 맡기는 게임을 좋아하고, 잘 안 풀려도 웃으며 다음 런을 시작할 수 있는 분. 소규모 개발사 게임을 응원하며 패치를 기다릴 수 있는 분.
비추천: 그리드를 보고 전술 게임을 기대하신 분. 내 선택이 결과로 이어지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 초반 몇 판에서 이유 모를 죽음이 반복되면 바로 접으시는 분.
정리하면, 이 게임이 갈리는 이유는 완성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기대와 실제가 어긋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리드와 아트를 보고 전술 게임을 상상하면 실망하고, 처음부터 운을 굴리는 게임이라고 알고 들어가면 꽤 다를 겁니다. 세일 중이라면 그 차이를 알고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출처] Sol Cesto Is Basically RNG… And It Works!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Kf58I6Dth7U
이미지 출처: Sol Cesto 스팀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