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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더스 게이트 3을 스토리 위주로 플레이했습니다. 다들 명작이라고 하고 저도 잘 만든 게임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이 누구에게나 재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재밌게 했지만, 하는 내내 왜 이 게임이 안 맞을 수도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계속 느꼈습니다. 그 지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같은 상황을 여러 방법으로 풀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은 한 상황에 여러 해결책이 있다는 겁니다. 전투로 밀어붙일 수도 있고, 대화로 설득할 수도 있고, 몰래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이후 전개에 실제로 영향을 줍니다.

 

저는 스토리 위주로 진행했는데, 그래서 이 부분이 특히 크게 다가왔습니다. 전투를 최적화하려고 하기보다 이 상황에서 이 캐릭터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며 선택했고, 그때마다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는 걸 보는 게 재밌었습니다.

 

다만 이걸 즐기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선택지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재밌어해야 합니다. 그냥 빠르게 진행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모든 갈림길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시나리오의 다층적인 구조가 매력적이었지만, 모든 사람이 여기에 매력을 느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루팅이 피곤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부분은 저한테 아쉬웠습니다. 루팅이 피곤했습니다.

 

이 게임은 거의 모든 걸 주울 수 있습니다. 자유도가 높다는 뜻이고, 좋게 보면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스토리 위주로 진행하고 싶은 저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잡템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흐름을 끊었습니다.

 

방 하나를 뒤지면 쓸모없는 아이템이 열 개씩 나오고, 그걸 팔지 버릴지 들고 다닐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게 반복되니까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은데 인벤토리 정리에 시간을 뺏기는 느낌이었습니다.

 

높은 자유도라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이 게임에서 느꼈습니다. 저처럼 이야기 진행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이 자유도가 부담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최고 레벨을 찍고 나니 할 게 없었습니다

 

이 게임은 최고 레벨을 상당히 이른 시점에 찍을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할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은 건 엔딩을 보는 것뿐이었습니다.

 

이게 의도된 설계라는 건 이해합니다. 계속 강해지기만 하면 세계관의 위협감이 사라지니까, 어느 시점에서 성장을 멈춰서 리얼리즘을 지키려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후반부에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의도겠죠.

 

그런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캐릭터를 더 키우고 싶은데 그럴 수단이 없어지는 거니까요. 저는 최고 레벨을 찍은 순간부터 성장의 재미가 아니라 진행의 의무만 남았습니다. 이게 세계관을 위한 좋은 선택인지는 몰라도, 플레이어의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 세 가지를 겪으면서 확실해진 게 있습니다. 이 게임은 다층적 시나리오를 즐기는 데서 재미를 찾는 사람에게는 명작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지 의아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저는 스토리와 선택지의 재미를 알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루팅에서 오는 피로감과 레벨업 이후의 공허함은 분명히 느꼈고,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 게임을 밀어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만든 게임이라는 데는 다들 동의할 겁니다. 다만 잘 만든 것과 나한테 재밌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정리하면

 

추천: 하나의 상황을 여러 방식으로 풀어보는 걸 좋아하시는 분. 선택과 결과의 연결을 즐기시는 분. 시간을 충분히 들일 수 있는 분.

 

비추천: 빠른 진행을 원하시는 분. 인벤토리 관리를 귀찮아하시는 분. 캐릭터가 끝까지 계속 강해지는 느낌을 원하시는 분.

 

정리하면 저는 이 게임을 재밌게 했지만, 그 재미의 조건이 명확하다는 것도 같이 느꼈습니다.

 

시나리오의 다양성에 끌리는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루팅과 정체된 레벨업 사이에서 지칠 수 있습니다. 사시기 전에 본인이 어느 쪽인지 한 번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이미지 출처: 발더스 게이트 3 공식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