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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프리크의 첫 대형 신규 IP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이 8월 4일 출시됐습니다. 저는 출시 전에 이 게임을 꽤 기대했습니다. 포켓몬만 만들던 개발사가 드디어 자기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과를 보고 나니 제가 전제부터 잘못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출시 전에는 이런 기대가 있었습니다

 

먼저 왜 이 게임이 화제였는지부터 짚겠습니다.

 

2023년 프로젝트 블룸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을 때, 실사풍 그래픽 이미지 아래에 게임프리크 로고가 붙어 있는 걸 보고 다들 놀랐습니다. 포켓몬만 만들어 온 회사가 이런 걸 만든다고? 의심이 팬덤 전반에 깔렸고, 중간에 엎어질 거라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2024년 내부 자료 유출 사건 이후 여론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게임프리크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포켓몬 컴퍼니와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스케줄에 묶여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유조차 없었던 거라는 해석이 퍼졌습니다. 포켓몬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갇혀 개발사로서 정체됐다는 시각이죠.

 

저도 이 해석에 동의하는 쪽이었습니다. 스위치라는 하드웨어 한계와 매년 돌아오는 출시 일정에서 벗어나면 다른 게 나올 거라고 봤습니다. 이 게임이 PC,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로는 나오면서 정작 닌텐도 스위치 2 출시는 미정이라는 소식도 그 해석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드디어 굴레를 벗어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결과가 그 해석을 흔듭니다

 

출시 후 평가는 무난한 편입니다. 메타크리틱 73점, 오픈크리틱 76점. 스팀에서는 유료 판매 글로벌 1위를 찍었지만 유저 평가는 '복합적'에 머물렀습니다.

 

문제는 어디서 점수를 잃었느냐입니다.

 

호평받은 건 전투입니다. 패링 중심의 속도감 있는 검 액션, 그리고 주인공 엠마와 개 쿠가 연계되는 파트너 시스템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게임 디자인 자체는 인정받은 겁니다.

 

깎인 건 최적화와 그래픽입니다. 고사양 기기에서도 프레임이 떨어지고, 그래픽 설정을 최대로 올려도 화면이 뿌옇게 나온다는 지적이 반복됩니다. 질감이 이전 세대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여기가 제가 생각을 바꾼 지점입니다. 저는 게임프리크가 스위치 성능에 묶여서 기술력을 못 보여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성능 제약이 없는 플랫폼으로 나온 결과가 최적화 문제였습니다. 하드웨어가 발목을 잡은 게 아니라, 기술 축적 자체가 부족했던 것에 가깝습니다.

 

돌이켜보면 이게 더 자연스러운 설명입니다. 유출 사건에서 드러난 건 게임프리크가 R&D에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면 결과는 "묶여 있어서 못 보여준 실력"이 아니라 "쌓을 시간이 없어서 없는 실력"이어야 맞습니다. 저는 앞엣것으로 읽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탐험과 전투 루프가 반복적으로 변해 30시간짜리 분량을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대형 오픈월드를 굴려본 경험이 부족한 회사가 처음 만든 결과물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실패작이냐면, 그건 아닙니다

 

깎아내리는 얘기만 했는데, 저는 이 게임이 실패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첫째, 판매는 잘 됐습니다. 스팀 유료 판매 1위에 게임패스 데이 원 포함이니 노출도 충분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다음을 만들 명분은 확보한 셈입니다.

 

둘째, 잘한 부분이 하필 제일 어려운 부분입니다. 최적화와 그래픽은 인력과 시간을 넣으면 나아지는 영역입니다. 반면 전투 설계와 파트너 시스템 같은 건 감각의 영역이라 돈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려운 쪽을 해내고 쉬운 쪽에서 깎였다면 다음 작품은 기대할 만합니다.

 

셋째, 대응이 빠릅니다. 출시 직후 카메라 조정, 텍스트 크기 확대, 스토리 템포 개선을 포함한 패치를 내놨고, 의견 제출 폼까지 열어 계속 고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켓몬 시리즈에서 보기 어려웠던 태도라 오히려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걱정됩니다. 이 게임이 잘 팔렸다는 사실이 게임프리크에게 좋기만 할지 모르겠습니다. 성공한 신규 IP는 회사 안에서 새로운 요구를 부르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포켓몬 요소를 붙이자거나, 이 팀을 다른 데 쓰자는 식으로요. 봉인이 풀린 게 창작의 자유를 뜻하는지, 아니면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뿐인지는 다음 행보를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지금 사도 될까

 

추천: 소울라이크 전투를 좋아하고 그래픽에 크게 예민하지 않은 분. 패링 중심 액션과 파트너 연계라는 조합이 궁금한 분. 게임패스 구독 중이신 분은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추천: 실사풍 그래픽 퀄리티를 기대하시는 분. 프레임에 민감한 분. 후반부 반복 구간을 못 견디시는 분.

 

정리하면, 이 게임은 게임프리크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준 작품입니다. 저는 출시 전에 이 회사를 "묶여 있던 실력자"로 봤는데, 지금은 "이제 막 시작한 개발사"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73점은 나쁜 점수가 아닙니다. 급하지 않으시면 패치가 몇 번 더 나온 뒤에 사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출처] 포켓몬 개발사가 봉인해제 하면 벌어지는 일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 / 김성회의 G식백과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bNIX5StZnMg

이미지 출처: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 공식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