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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롱 다크를 173.9시간 했습니다. 생존 모드만 했고 스토리 모드는 안 했습니다.

 

시간을 먼저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이 게임이 답답했다는 얘기를 계속 할 건데, 그게 "몇 시간 해보고 안 맞아서 접었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먼저 밝혀두고 싶어서입니다. 173시간을 하고도 답답했습니다. 그게 이 게임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말입니다.

 

다른 생존 게임 주인공은 전부 어벤져스였습니다

 

이 게임을 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했던 생존 게임의 주인공들은 사실 다 초인이었습니다.

 

통나무를 열 개씩 짊어지고 뛰어다니고, 눈밭에서 반팔로 버티고, 밤새 도끼질을 해도 멀쩡합니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원래 그런 거라고 여겼으니까요.

 

더 롱 다크의 주인공은 딱 일반인입니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눈 덮인 캐나다 산속에 떨어진 겁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정말 적습니다.

 

느려지는 이유가 계속 겹칩니다

 

제가 제일 답답했던 게 이겁니다. 이 게임은 느려지는 조건이 끝없이 붙습니다.

 

눈을 맞아 옷이 젖으면 느려집니다. 짐이 무거우면 느려집니다. 바람이 세게 불면 또 느려집니다. 문제는 이게 하나씩 오는 게 아니라 겹친다는 겁니다. 눈보라 속에서 짐을 지고 걸으면 세 개가 동시에 걸립니다.

 

그러면 캐릭터가 정말 느릿느릿 걸어갑니다. 목적지는 저 멀리 있고요.

 

저는 이 시간이 지루했습니다. 뭘 하러 가는 길이 목적지에서 하는 일보다 오래 걸리니까, 나중에는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싫어지더군요. 필요한 게 있어도 "저기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면..." 하면서 미루게 됩니다.

 

173시간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보통 게임은 시간이 쌓이면 불편했던 게 사라집니다. 조작이 손에 익고, 동선이 최적화되고, 처음에 거슬리던 게 안 보이게 됩니다.

 

이 게임은 그게 안 됐습니다. 지도를 외우고 뭘 어디서 구하는지 다 알게 된 뒤에도 걷는 시간은 그대로 걷는 시간이었습니다. 숙련도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요령이 늘어도 눈보라는 똑같이 몰아치고 짐은 똑같이 무겁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솔직히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그렇게 답답해했으면서 왜 173시간이나 했느냐고 물으시면, 저도 딱 잘라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답답한 건 분명히 답답했는데 계속 켰습니다. 아마 답답함 말고 다른 게 있었으니까 그랬을 겁니다.

 

그리고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지. 실제로 눈보라 치는 산에서 짐 지고 걸으면 이 정도로 느리겠지." 반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생존을 진지하게 구현하면 정확히 이렇게 나오는 게 맞습니다.

 

개발사가 실수한 게 아니라 일부러 만든 부분입니다. 다른 생존 게임이 재미를 위해 생략한 걸 이 게임은 생략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알면서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해하는 것과 즐기는 건 별개더군요.

 

사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검색해서 오신 분들을 위해 정리해뒀습니다. 2026년 8월에 확인한 내용입니다.

  • 스팀 정가 21,500원. 오래된 게임이라 세일 때는 더 내려갑니다
  • 2017년 8월 1일 출시, 힌터랜드 스튜디오
  • 한국어 자막을 지원합니다. 음성은 영어뿐입니다
  • 싱글 플레이 전용입니다. 멀티나 협동은 없습니다
  • 컨트롤러 완벽 지원
  • 최소 사양 듀얼코어 i5 2GHz / 램 4GB / 인텔 4000번대 내장그래픽
  • 권장 사양 i7 2.6GHz / 램 8GB / 지포스 GTX 555
  • 저장 공간 7GB

사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거의 부담이 없습니다. 최소 사양 그래픽이 인텔 내장그래픽이고 저장 공간이 7GB입니다. 요즘 게임이 100GB를 넘기는 걸 생각하면 차이가 큽니다. 저사양 PC를 쓰신다면 후보에 넣으셔도 됩니다. 비슷하게 가벼운 게임들은 저사양 PC로도 되는 게임 추천 글에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모드가 두 가지라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제가 한 생존 모드는 엔딩이 없는 샌드박스입니다.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버티는 방식이라 언제 그만둘지도 본인이 정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고 싶으시면 스토리 모드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멀티가 없다는 점은 미리 아셔야 합니다. 요즘 생존 게임은 친구랑 같이 하는 게 기본처럼 되어 있어서, 그걸 기대하고 사시면 어긋납니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입니다.

 

시작하실 거면 이건 알고 가세요

 

제가 초반에 헤맨 게 저만 그런 건지 궁금해서 다른 분들 글을 찾아봤는데, 반복해서 나오는 조언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저처럼 다른 생존 게임 습관을 들고 오시는 분께 특히 필요한 내용입니다.

 

  • 쟁이지 마세요. 다른 생존 게임에서는 보이는 대로 주워담는 게 이득인데 여기서는 손해입니다. 무거우면 느려지고, 칼로리를 더 쓰고, 발목을 삘 위험까지 생깁니다. 저도 초반에 예전 버릇대로 챙겨 다니다가 한참 고생했습니다
  • 체온이 1순위입니다. 배고픔이나 목마름, 피곤함은 며칠을 버틸 수 있지만 추위는 몇 시간이면 죽습니다. 우선순위를 헷갈리면 안 됩니다
  • 밤에는 움직이지 마세요. 밤이 훨씬 춥고 그만큼 자원을 더 씁니다. 해가 지면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게 맞습니다
  • 성냥은 소모품입니다. 불을 새로 피울 때마다 성냥을 쓰지 말고, 피워둔 불에서 횃불을 뽑아 옮기면 아낄 수 있습니다
  • 낡은 옷도 버리지 마세요. 수리하면 성능이 올라갑니다. 상태만 보고 버리면 손해입니다

 

정리하면

 

 

추천: 느긋하게 진행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 생존을 진지하게 구현한 게임을 원하시는 분. 혼자 조용히 하는 게임을 찾으시는 분. 저사양 PC를 쓰시는 분.

 

비추천: 진행이 빠른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 이동 시간이 길면 답답해하시는 분. 친구와 같이 할 생존 게임을 찾으시는 분. 전투나 액션을 기대하시는 분.

 

가격으로 따지면 21,500원에 173.9시간이니 시간당 120원 정도입니다. 제가 해본 게임 중에 가장 싸게 먹힌 축에 듭니다. 답답하다고 계속 써놓고 이런 숫자가 나오는 게 좀 이상한데, 그게 이 게임입니다.

 

그래서 결론이 이렇습니다. 저는 173시간을 하고도 이 게임의 느린 속도에 끝까지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 그런데 그 173시간을 채웠다는 건 답답함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제가 답답해한 그 지점을 누군가는 정확히 그 이유로 좋아할 겁니다. 눈밭을 천천히 걸어가는 게 지루한 사람과 그게 좋은 사람이 갈리는 게임이고, 저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173시간을 보냈습니다.


 

 

 

[출처]
가격 · 사양 · 지원 언어 · 출시일: 스팀 상점 페이지 '더 롱 다크' (2026년 8월 확인)
이미지 출처: 더 롱 다크 공식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