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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넥스트 페스트 데모로 커세어 코브를 해봤습니다. 트로피코 6를 만든 림빅 엔터테인먼트의 해적 도시건설 게임입니다. 이 게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전투가 턴제 카드라서 실망했다는 반응이 따라붙는데, 저는 직접 해보고 나서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전투 비중이 생각보다 작아서 거의 신경이 안 쓰였거든요. 아래는 데모 기준 후기입니다.
절벽에 도시를 짓는다는 발상
먼저 이 게임을 하게 만드는 건 건설입니다. 저는 도시건설 게임을 꽤 해봤는데, 이런 형태는 처음이었습니다.
보통 이 장르는 넓은 평지를 놓고 구역을 넓혀가는 방식입니다. 커세어 코브는 시작부터 다릅니다. 난파선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진 상황이고, 쓸 수 있는 평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깎아지른 절벽 면에 건물을 붙이고, 절벽과 절벽 사이에 다리를 놓고, 집라인으로 물자를 위아래로 옮기게 됩니다. 도시가 옆으로가 아니라 위아래로 자랍니다.
조작 방식도 낯설었습니다. 절벽길을 고르고 마우스로 절벽 면을 따라 가이드를 잡아가며 건물을 잇는데, 평면에 격자 찍듯 짓던 감각과 완전히 다릅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몇 번 해보니 이게 재밌어졌습니다. 지형이 제약이 아니라 퍼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냥 보기만 특이한 게 아닙니다. 건물끼리 길로 연결돼 있어야 해적들이 자원을 옮기고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동선 설계가 곧 효율입니다. 창고도 짓기만 하면 끝이 아니라 저장할 품목을 직접 지정해야 하고, 밀주 증류기와 선술집처럼 자동 연결이 안 되는 건물은 배달 동선을 손으로 잡아줘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이 손이 가는 맛이 좋았습니다.
단결력 관리도 긴장감을 줍니다. 0이 되면 그대로 게임 오버라, 사람을 받을 때마다 잔고를 확인하고 주택과 음식, 술을 계속 대줘야 합니다. 급할 때는 총동원령으로 제작 속도를 잠깐 올릴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고, 결국 생산 구조를 제대로 짜야 합니다.
뒤로 갈수록 사탕수수에서 럼주를 뽑고 구아노로 화약을 만드는 식으로 테크가 복잡해지는데, 데모 분량만으로도 충분히 파고들 여지가 있었습니다.
전투가 카드라서 실망했다는 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 반응을 찾아보면 전투 얘기가 제일 많이 나옵니다. 해적 게임이면 당연히 함선끼리 대포 쏘는 실시간 해전을 기대하는데, 바다에 나가 목적지에 닿으면 턴제 카드 화면이 뜹니다. 저도 처음엔 좀 당황했습니다.
방식 자체는 단순합니다. 함선 스펙이 내구도, 선원, 보급품 셋으로 되어 있고, 내구도나 선원 중 하나라도 0이 되면 집니다. 보급품이 떨어지면 쓸 수 있는 카드가 확 줄어듭니다. 턴마다 상대가 낸 카드를 보고 내구도 공격에는 내구도 방어로, 선원 공격에는 선원 방어로 받아치는 식이고, 카드를 정하면 주사위를 굴려 그 숫자만큼 카드 파워가 올라갑니다.
해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상대가 다음 턴에 큰 걸 준비하는 빌드업 카드를 냈을 때 같이 배수를 올려놓고 한 번에 끝내는 식의 계산이 되는데, 이건 이것대로 머리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전투 비중이 생각보다 작습니다. 이 게임의 시간 대부분은 절벽에 건물 올리고 동선 짜고 자원 돌리는 데 씁니다. 전투는 바다에 나갔을 때만 잠깐 붙는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저는 데모를 하는 내내 전투 때문에 흐름이 깨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해적 게임인데 카드 배틀이라 별로"라는 평을 보고 망설이고 계셨다면, 기준을 좀 바꿔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게임은 전투로 노는 게임이 아니라 도시로 노는 게임이고, 전투는 도시를 굴리다 가끔 나가는 곁가지입니다. 반대로 해적 액션을 기대하셨다면 그건 애초에 이 게임이 주는 재미가 아닙니다.
데모 이후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
정착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나침반이라는 특성 트리가 열립니다. 약탈, 모험, 해양패권, 부 축적 네 방향이 있고, 어디에 포인트를 넣느냐에 따라 도시 성격이 달라집니다. 강한 특성을 열려면 위협 퀘스트를 깨야 하는데, 이게 정착지 업그레이드 방향과 묶여 있어서 뭘 먼저 하느냐가 곧 빌드 선택이 됩니다.
메인 스토리 퀘스트를 따라가면 잠겨 있던 선장들을 동료로 데려올 수 있습니다. 선장마다 특성과 전투 스타일이 달라서 폭이 넓어집니다. 다만 함선 레벨이 요구치에 못 미치면 난이도가 확 올라가니, 무리하게 밀기보다 레벨을 맞추고 가는 게 편합니다.
항해 중 표류자를 만나거나 예상 못 한 조우 이벤트가 뜨고, 의리와 실리 중에 고르는 선택지가 나오는 것도 분위기를 잘 살립니다. 제독 아마라와 선술집 주인의 관계처럼 복선이 깔린 스토리도 있어서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데모인데도 시스템이 꽤 촘촘합니다. 보통 데모는 맛만 보여주고 끊기는데 이건 한참 붙잡고 있게 됩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추천: 도시건설 게임을 좋아하고 새로운 배치 방식을 겪어보고 싶은 분. 동선과 자원 흐름 짜는 걸 즐기는 분. 트로피코 시리즈를 재밌게 하신 분.
비추천: 해적 게임에서 실시간 해전을 기대하시는 분. 전투가 게임의 중심이길 바라시는 분. 건물마다 배달 동선을 직접 잡는 게 귀찮게 느껴지는 분.
정리하면, 절벽 도시건설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해볼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카드 전투 논란은 있지만 저는 크게 걸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 논란 때문에 건설 파트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가 덜 알려진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데모가 올라와 있으니 고민되시면 직접 해보시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출처] 해적 도시건설 전략시뮬레이션 카드게임 커세어코브 리뷰와 플레이후기 / 다러 DARU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sOSaRyhCtXA
이미지 출처: 커세어 코브 공식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