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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차 카멜레온, 그림 못 그려도 재밌을까 (직접 해보고 내린 결론)

 

 

요즘 SNS에서 메차 카멜레온 클립을 안 본 사람이 없을 겁니다. 몸에 페인트를 칠해 숨는 숨바꼭질 게임인데, 저도 처음 봤을 때 딱 하나가 걸렸습니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데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림 실력은 이 게임의 재미와 거의 상관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못 그릴수록 웃긴 순간이 많이 나옵니다.

 

그림 못 그려도 되는 이유

 

이 게임을 하기 전에 저는 그림 실력이 승패를 가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벽지 무늬를 정교하게 재현하거나 나뭇결을 그려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일 거라고요. 해보니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핵심은 스포이드 기능입니다. F키로 페인트 모드에 들어가면 주변 사물의 색을 그대로 찍어올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색을 가져와 몸에 바르는 겁니다. 카펫 위에 숨을 거면 카펫 색을 찍어서 온몸에 칠하면 끝입니다. 붓 크기를 키우면 몇 번 문지르는 걸로 단색 칠이 완성됩니다. 이건 미술이 아니라 페인트칠에 가깝습니다.

 

디테일을 더하고 싶으면 붓을 줄여 무늬를 넣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없어도 충분히 숨어졌습니다. 오히려 그림에 욕심내다가 시간을 다 쓰고 어정쩡한 자세로 걸린 적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실패해도 손해가 없는 구조입니다. 카멜레온은 한 번 숨었다고 그 자리에 묶이지 않습니다. 헌터가 다가오거나 더 좋은 자리가 보이면 언제든 옮길 수 있고, 횟수 제한도 없습니다. 헌터도 마찬가지로 총알이나 체력이 줄지 않아서 아무 데나 마구 쏘고 다녀도 됩니다. 이 두 가지 덕분에 판이 긴장보다 장난에 가까워집니다.

 

기존 프롭헌트 게임과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숨바꼭질 모드나 다른 프롭헌트류는 어떤 사물이 걸리느냐가 승패를 좌우했습니다. 작고 숨기 좋은 게 나오면 유리하고, 맵과 안 어울리는 게 걸리면 그 판은 그냥 버리는 판이었죠. 메차 카멜레온은 모두가 똑같이 작은 인간 형태를 조종합니다.

 

시작 조건이 같으니 그림 실력이든 사물 운이든 승패를 좌우할 요소가 애초에 적습니다.

 

 

못 그린 그림이 더 웃긴 게임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이 게임의 진짜 성격이 보입니다. 잘 숨는 것보다 웃기게 실패하는 쪽이 더 재밌습니다.

 

색을 잘못 찍어서 형광 분홍색이 된 채로 회색 벽에 붙어 있거나, 카펫 색은 완벽하게 맞췄는데 그림자를 깜빡해서 몇 초 만에 들키는 식입니다. 저는 이런 판이 오히려 기억에 남았습니다. 완벽하게 숨어서 끝까지 안 걸린 판보다, 어이없이 걸려서 다 같이 웃은 판이 더 재밌었어요.

 

제가 이 게임이 SNS에서 이렇게 퍼진 이유도 여기 있다고 봅니다. 잘한 플레이보다 망한 플레이가 더 볼거리가 되는 게임이거든요. 클립으로 잘라 올리기 좋은 순간이 실력자가 아니라 초보한테서 나옵니다. 보통 게임은 잘하는 사람의 플레이가 퍼지는데, 이 게임은 반대입니다. 그러니 영상을 본 사람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느끼고, 그게 다시 유입으로 이어집니다.

 

헌터 대기 시간 설계도 좋습니다. 헌터는 기다리는 동안 자기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데, 이게 사실상 튜토리얼입니다. 저도 이 시간에 색 찍는 법과 붓 굵기 조절을 익혔습니다. 따로 설명을 읽지 않아도 손이 먼저 익숙해지는 구조입니다.

 

그림보다 중요한 건 각도입니다

 

 

그림 실력이 아니라면 뭐가 실력일까. 해보면서 느낀 건 각도였습니다.

카멜레온과 헌터는 시점이 다릅니다. 카멜레온은 숨은 뒤 자유 시점으로 주변을 넓게 볼 수 있지만, 헌터는 1인칭 시야에 갇혀 있습니다. 이 차이가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내 화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위장이 헌터 화면에서는 엉망인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지형에서 뭔가 볼록 튀어나와 있고, 그림자가 지고, 색은 맞는데 각도가 틀어져 있는 식이죠. 반대로 내가 보기엔 허술한데 헌터는 못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바닥에 붙어 있을 때 생존율이 확 올라갔는데, 대부분 사물 쪽을 뒤지지 바닥은 잘 안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의 실력은 "예쁘게 그리기"가 아니라 "상대 눈높이를 상상하기"입니다. 그림은 못 그려도 되지만 이건 좀 늘어야 합니다. 다행히 몇 판만 해도 감이 옵니다. 헌터를 몇 번 해보면 사람들이 어디를 안 보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거든요.

 

여유가 생기면 헌터 코앞을 지나가는 도발도 해볼 만합니다. 바로 앞을 통과하면 45점이라 점수 효율이 좋습니다. 걸리면 죽지만 어차피 손해가 없으니 시도할 만합니다.

 

이런 분에게는 추천, 이런 분은 피하세요

 

 

추천: 그림에 자신 없는 분. 진짜로 상관없습니다. 친구 두세 명과 짧게 웃고 싶은 분. 승부보다 분위기를 즐기는 분.

비추천: 3D 멀미가 있는 분. FOV 값 조절이 없어서 이건 의지로 해결이 안 됩니다. 이 게임의 유일하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오래 파고들 게임을 찾는 분에게도 안 맞습니다. 맵 종류가 적어서 어느 정도 하면 숨는 자리가 패턴처럼 굳습니다.

 

정리하면, 짧고 굵게 즐기기 좋은 게임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실력으로 접근하지 않는 게 제일 잘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숨으려고 하면 스트레스만 받고, 대충 칠하고 웃길 준비를 하면 훨씬 재밌어집니다. 그림 못 그린다고 망설이고 계셨다면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출처] 멧챠 카멜레온, 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가? / 방구석 게임평론가 쥐냥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ern4N8y3SgE

이미지 출처: 메차 카멜레온 공식 페이지